‘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그 앤, 투명한 시선을 가진 아이였다. 이런 동아리에 들어오고 싶어 안달이 난 애들과는 눈빛의 온도가 달랐다. 학생 회장보다 권력이 있다는 이 동아리의 신입부원의 의미에 대하여 과연 알기나 할지 궁금했다. 큰 키와 하얗고 투명한 눈을 가진 선이 고운 얼굴은 굳이 눈으로 재거나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애가 받는 시선이...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정확하게 떠오른다. 당신이 내게 처음 했던 말. 내가 무엇이라고 대답했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한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고, 아니 심지어 그 순간 나는 당신의 정확한 이름도 알지 못했던 그 순간. 나에게, 왜, 무엇 때문에. 그냥 당신의 뜻밖의 그 한마디에 휩쓸려, 그 순간에도 그랬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떠올리면 숨...
오랜 시간 알고 있던 진실이 무너질 때, 우리는 그것을 환각이나 환영이라고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바꿔 부르는 것이 얼마만큼이나 다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쩌면 그렇게 부르는 편이 밀려오는 당혹감을 감추거나 스스로의 무기력함을 위로하는 가장 간단한 방식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야 말로, 이미 진실이라고 정해 놓은 규율과도 같은 테...
너의 눈이 꽃처럼 아름다워서, 더 맘에 들지 않았다고. 나신의 제니의 상반신이 짧은 순간에도 지훈의 뇌리에 깊게 박혀버렸다.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니는 지훈에게 끈임없이 소리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장 손 떼라고.그만해, 제니.지훈이 서있던 자리에서는 제니의 몸에 가려져 제니의 왼손에 들린 주사기가 보이지 않았다. 실린더 안의 액체가...
그거 아세요? 데카는 한참 전에 후계자를 이미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그리고 상당히 본질에 근접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그럼 전 아니겠네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 생각에 신부님이야 말로 본질에 가깝다고.. 시덥잖은 이야기 그만하시고, 바티칸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고 전해주세요. 아...네, 미카엘 신부님. 연희동 2036-3번지 2층 파란문. 여전히 짙...
스쳐지나가는 우리의 서사는 몇 그램일까. 칠십오분의 일초와 세상의 시작부터 끝이 반복되는 시간은 누가 만든 기준일까. 시계는 왜 60조각의 틈을 가지고 있을까. 찰나도 겁도, 그저 단지 상대적인 질량의 차이일 뿐, 가늠할 수 없는 의미들을 뒤섞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지 않은가. 참새는 로드킬 치고는 깨끗한 상태로 반쯤 뜬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포켓 티...
그 아이는 아직도 그곳에 있소? 네, 도련님께서는 그 지역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아직 어리긴 하지. 다른 대상자들은? 두분 더 계십니다. 그런데 그중 한분은 하프도 아니며 거취 확인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프도 아니고, 거취 확인이 힘들다? 그것이, 혼...일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흠... 이회장은 눈을 깊게 감았다. 셋이...
수많은 시공을 가르는 평행한 선수억겁의 일 확률로 교차하는 지점의 너와 나이아(爾我) 플라스틱 간판 모서리에 맺힌 빗방울이 하늘을 향한 손끝에 내린다. 빗물이 떨어지며 남기는 선흔들이, 눈앞에 어지럽게 그어져 현기증에 눈을 감아 본다. 오후 다섯시와 여섯시 사이 어디쯤에서 느리고 늦은 비가 내린다. 마른 보도 블럭 위로 빗물이 쿵 하고 떨어진다. 빗물이 먼...
AEon 永劫, Eternity, Kalpa. - 영겁의 신이 될 것이냐, 찰나의 한이 될 것이냐. 청과 녹이 하나가 되고, 돋았던 자리에 붉은 피가 솓구친다. 슬픔과 악(惡)의 원념 위로 영겁의 빛이되어 흩날린다. - 도깨비(鬼)X유니콘(角,䚠)X데카콘(永劫) --- 판윙 데뷔하는 그날이네요. 두근두근. 쿵닥쿵닥. 이번엔 체하지 않게 느리게 천천히 가려고...
# 제리와 톰 참으로 꽁꽁 숨어사는 존재였다. 요즘처럼 개인 정보 노출이 공공연한 시대에 어떠한 SNS도, 소소한 흔적도 없었다. 딱 1편의 논문. 그마저도 정식 논문 DB에는 공동 저자에서 빠져 있었다. 관린은 좀더 헤집어 보기로 했다. Jihoon P. 풀네임 Jihoon Park은 MIT에서 Ph.D 과정을 밟고 있으며 그리고 출생지는 스페인. 스페인...
#1. Cheese 겨우 당황이라고 정의하는 감정 따위가 사고력을 마비시킬 줄은 몰랐다. 관린, 하고 부르거나 저기요 혹시 저를 아시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었지만, 얼굴을 반이상 가리는 짙은 선그라스가. 그리고 품에 안은 작은 여자아이가. 시간의 흐름으로 잊혀짐이 짙어진 것일까? 너무 많은 시나리오들이 한꺼번에 들이 닥쳐 뇌가 호흡곤란을 선언했다. 얼이 빠져...
#7. 자판기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간다. 켜켜이 쌓인 프로젝트가 서로의 이득, 이익 그리고 욕망의 타래 사이로 합의점을 찾아간다. noreply에게 받은 자료 리스트를 눈으로 훑었다. 몇 시간 전 아버지에게 짧은 보고를 올렸다. 아버지가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큰 희생에 한표를 던지셨다. 한시간 후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박국장님이 오시기로 했다. 황검에게 ...
second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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